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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키로 내 보폭에 맞춰 휘적휘적 걷는 네가 눈에 걸렸다. 넘어지면 어쩌지. 그럴 리야 없을 테지만 그런 핑계라도 대어서 손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 눈을 팔다가 도리어 내가 앞사람과 부딪칠 뻔 하기도 하고 길을 잘 못 들기도 했다. 그래도 한 눈을 팔지 않을 도리가 없어 나는 너를 보며 걸었다. 네가, 습한 날씨 탓에, 길게 내려오는 머리가 부산하다며 자꾸만 목 뒤로 넘기는 게 좋았다. 순간 드러나는 아름다운 목선도 좋았지만, 네 표정이, 얼핏 보이는 입꼬리가, 아니면 그 또렷한 눈망울이 좋았다. 그 입으로 너는 아름다운 말만 하고 그 눈으로 너는 아름다운 것만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꾸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너는 정말 아름답다는 걸 느꼈다. 무수한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너만큼 아름다운 사람은 없었을 거라고 감히 단언한다. 사진을 찍을 때에는 나는 가려지고 오로지 너만, 오롯한 너만 그 안에서 웃고 있어, 도무지 어떤 사진이 가장 나은 사진인지 가려낼 수도 없었다. 이처럼, 어떤 하루는 화보가 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아쉬운 마음을 티내려다가 그러면 네가 화가날까 참았다. 해가 지기도 전에 우리는 헤어져야 했고 나는 그걸 이해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을 참는 게 도무지 쉽지가 않아, 몇 번이고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내 고집으로 많은 약속을 했다. 아마 그 날은, 다시 한참을 기다려야 돌아오는 날이 될 것만 같지만, 그래도 괜찮다.

?오늘은 꿈 같은 날이었다. 그러나 꿈은 가장 달콤할 때 깨어버린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