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대메뉴3 > 링크 > 심리치료 전문가란 누구인가?

또 예전 그 분이 나를 보고 ‘석박사도 못 달고 연구 운운하시는지. 석박사는 달고 연구라는 말을 씁시다.’라고 한다. 이게 맞는 말 같지만, 틀렸다. 오늘은 이걸 한번 살펴보자.

조선시대에 천재라고 불리는 학자가 한 명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약용이 바로 그다. 그가 귀향의 삶을 살 때, 아들에게 자주 편지를 보내 가르침을 펼치곤 했다. 아들의 편지로부터 닭을 키우고 있다는 말을 듣자, 그는 아들에게 닭 키우는 법에 관한 책을 한 권 펴내라고 했다. 이름 하여 ‘계경’이다. 닭 키우는 법에 관한 연구서다.

현재 나는 내 이름을 내 건 ‘심리치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나는 상담심리사 자격증이 없기에 상담은 하지 않고 있고, 연구의 일환으로 칼럼 쓰기와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내가 심리치료를 연구하는 이유는 내 인생의 가장 결정적 조우였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6년 이상 장기간의 심리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은 자연히 나를 심리치료에 대한 연구로 이끌었다.

연구소를 차리는데 자격을 요한다는 생각은 그대의 착각이다. 연구소는 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거다. 그것도 그 분야에 대해 뼈에 사무치는 인상을 가진 사람이 차리면 좋은 거다.

일전에 나는 전문가의 기준에 대해 한 말이 있다. ‘읽지 않으면 쓸 수 없고, 쓰지 않으면 깊지 못하며, 깊지 못하면 사이비다’ 이게 전문가에 관한 아주 훌륭한 기준이다. 전문가란 누구냐? 그 분야에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라고? 그야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이 말하는 전문가란, 그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자신만의 논리를 무장한 사람이다. 즉, 깊지 못하면 전문가라 불릴 수 없다고.

말이 나왔으니 좀 더 들어가 보자. 심리치료 전문가란 누구인가? 이건 내가 일전에도 한 번 말한 바 있다. 대다수의 일반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것과 현실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바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상담에 있어 임상심리전문가와 상담심리사들의 영향력은 우리나라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현실 상황이 이렇건만, 이곳에서는 아주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심리상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열렬히 환영해도 부족한 판에, 자기네끼리 배타하고 있다. 이게 한국사람 특유의 특성이다. 남이 땅 사면 아무렇지도 않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이다.

그대, 똑똑히 들어라. 그대가 경쟁해야 할 사람은 같은 분야에서 얼쩡거리는 임상심리전문가와 상담심리사가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 심리치료 분야에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그대의 경쟁상대다. 이게 심리치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 상식이다.

하지만 겁이 많은 그대여. 이런 현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겠지. 그리고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과 경쟁할 용기도 없겠지. 그러니까 그 주류를 배제해 놓고, 좁은 영역에서, 즉 의과대학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수료한 사람들이 아닌, 임상심리대학원이나 상담심리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들 오직 그들하고만 경쟁하려고 들 거야.

우물 안 개구리마냥 착각 그만하고, 이제 훌훌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게 좋을 거야. 우물 안에 있으면 속은 편안하겠지. 하지만 그걸로 끝이라고. 그대만 모를 뿐 사람들은 모든 일이 어떻게 돌아간다는 걸 알지. 다만 그 말을 안 할 뿐이야.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금 시대에 전문가로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은 그 분야에 대해 깊은 자들이라고. 그리고 그들은 그 분야의 핵심에 정통해 있기에 유능한 전문가로 불린다고.

여기서 우왕좌왕 할 시간에 그대의 전문성이나 키워라. 중언부언할 뿐 자기주장을 하는 글을 본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니체가 한 말을 적는 내 심정을 알아주길 바란다. ‘심오한 척하는 사람들만이 모호함을 위해 애쓰며, 실제로 심오한 사람은 명료함을 위해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