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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우울증을 내버려두면 “어제가 힘들었고 오늘이 힘들지만 내일은 나아질 수 있어”라는 생각 자체를 우리의 뇌가 못하게 돼요. 망원경으로 내일을 바라봐야 되는데, 시야가 좁아져서 마치 빨대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것과 같아요. 어떤 긍정적인 생각도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내가 깊은 우울에 빠졌을 때는, 빨리 거기서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야 돼요. 무조건 쉬어야 되는 거예요. 나에게 자살 충동이 생겼다는 건 엄청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인생의 위기가 온 거니까요. 그리고 좋은 어른, 좋은 멘토를 만나서 도움을 요청하고 그 손을 잡아야만 자살 충동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요, 혼자 있는 건 위험해요.

▶제 친구는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해서 자퇴하고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저는 친구가 문제아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주변에서는 ‘문제아’로 보는 거 같아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학교 밖 청소년에는 두 종류가 있어요. 소년원·위기청소년 회복센터에 있는 ‘보호처분을 받고 갇혀 있는’ 아이들, 그리고 선택에 의해서 스스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아이들. 사람들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하면 무조건 ‘문제아’라고 해요.

갇혀있는 아이들을 만나보면 더 문제 많은 부모를 만나서, 집 밖을 떠돌다 인생에 사고가 생긴 아이들이 대부분이에요. 자발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된 경우는 제가 많이 만나보진 못했으나, 제가 17세 때 1년간 학교 밖 청소년으로 살았으니, 저는 이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너희들은 ‘문제아’가 아니라, ‘세상의 문제’를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이란다. 내가 학교 밖 청소년이었던 17살 때를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였단다. 사람들은 ‘학교 안 다니는 애’ ‘문제아’ 이런 시선으로 보았지만, 나는 그 1년 동안 한국문학ㆍ세계문학 전집을 다 읽고, 매일 영화 한 편을 보았어. 왜냐고? 너무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고….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불안을 떨치고 싶었어. 그런데 그 속에서 꿈을 찾았어. 내가 작가가 되고 싶더라고! 지금 내가 작가가 되고, 다큐 영화를 찍고, 마음 치유 강의를 하는 건, 모두 그 시기에 거름이 형성된 거야! 아이들아, 학교 밖에 있는 시기를 의미 있게 보내자. 꿈 찾는 시기로 만들자.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걷는 것만이 답은 아니야! 다른 길을 걷더라도 ‘내 인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를 키우는 시기’로 삼을 때, 인생이 달라 질 거야! 더 멀리 뛰기 위해, 잠시 몸을 움츠린 이 시기를 ‘나를 키우는 충전의 시간’으로 잘 보내길 바라!”

▶주위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우리 스스로가 상담자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 위로를 해주면 좋을지 걱정하고 있는 수많은 친구들, 부모님들, 선생님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 우울하다,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을 때는 부정적인 감정이 차고 넘쳐서 SOS를 보낸 거예요. 누군가 정말 힘들 때, 그 SOS를 나에게 보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죠. 그래서 우리는 그 순간을 잘 포착하고 무심하게 넘어가서는 안 돼요. 한 생명을, 한 인생을 살릴 수도 있는 엄청난 순간이거든요. 그때 필요한 건 훈계나 조언이 아니라 무조건 공감하는 거예요.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묻고 들어주기만 하면 돼요. 사실 답은 본인 마음속에 이미 있는 것이거든요. 그걸 스스로 말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도록 잘 들어주면 돼요.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고 공감하고, 너니까 잘 견디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위로해주면 마음속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줄 수 있어요. 이때 가장 위험한 건 지적하고 가르치는 거예요. 그러면 더 깊이 숨게 돼요. 눈 맞추며 잘 들어주고, 따뜻한 체온으로 손을 꼭 잡아주거나 안아주세요. 그리고 말해 주세요. ‘나에게 말해줘서 고마워. 내가 도와줄게.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너니까 오늘까지 잘 살아온 거야. 우리 함께 극복해 내자.


■‘마음치유 안내자’ 박상미는?

공감, 소통, 치유, 회복을 주제로 글쓰고, 강의하고, 다큐를 찍는다.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마음치유학교’를 연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마음아, 넌 누구니’,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나를 믿어야 꿈을 이룬다-박상미의 고민사전’ 등을 썼다. 유튜브 ‘박상미라디오’ ,EBS 라디오 ‘박상미의 마음 마음’ 진행자이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자다. EBS ‘인생 파란만장’, SBS ‘언니한텐 말해도 돼’에 출연중이다.찍은 다큐 영화는 ‘내 인생 책 한 권을 낳았네’, ‘마더 마이 마더’ 등이 있다. 더공감 마음학교 소장, 한국의미치료학회 부회장 · 수련감독이며 경찰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마음치유 안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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